‘제3회 오티즘 엑스포 전시장’ 전경. ⓒ이원무‘제3회 오티즘 엑스포 전시장’ 전경. ⓒ이원무

함께웃는재단’과 ‘서플러스글로벌’이 공동주최한 오티즘 엑스포가 올해로 제3회를 맞아 지난 7월 12일, 13일 양일간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렸다.

필자가 소속된 자조모임에선 2년 전 제출했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자폐인 보고서를 국문으로 재번역한 자료와 자폐 긍지의 날 때 선언했던 자폐인 권리 선언문, 그리고 관련 동영상을 엑스포에서 선보였다.

전시장에선 자폐성 장애와 관련한 책 전시와 판매, 자폐인 관련 정부 시책 홍보, 당사자 및 가족 발언대인 오티즘 토크 등이, 전시장 옆 건물에선 국내외 전문가들의 강연들인 오티즘 스쿨(Autism School)이 있었다.

오티즘 스쿨과 관련해 우선 서울대학교 김승섭 부교수의 ‘장애와 건강’이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었는데, 장애인의 건강권 및 우생학과 장애인차별의 역사를 잠깐 듣게 되어서 나름대로 유익했다. 사실은 지난 5월 31일 한국장애학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좋은 느낌을 받았다. 더 듣고 싶었지만, 우리 자조모임 부스를 지켜야 했기에, 더는 듣지 못했다.

또한, 장애인 혐오문제를 다룬 ‘발달장애학생,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당사자가 되다’는 강연이 다음날 13일에 있었는데, 특정아동의 행동만 부각하는 보도형태를 지양하고, 근본적인 교육시스템 문제를 지적해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언론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제안한 게 자폐학생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면에서 좋은 제안이었다고 본다.

감각에 예민한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한 ‘심신안정실’이란 곳은 주최 측에서 마련했는데, 그 방에선 조용하고 아늑한 음악이 나오며, 어두운 암실 등이 운영됐고, 카페에서 사용하는 간이침대들이 있어 눕긴 좋았다고 한다.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나름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지난 2회 때 비해 3회 때가 조용하고 아늑하다고 말하는 당사자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김성남 박사가 쓴 ‘우리는 당신의 숙제가 아니에요’란 책 판매하는 곳이 있어 그 책을 사봤는데, 자폐성 장애인 등을 존중하려는 내용이 다소 느껴져, 다 읽으면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지인들과 장애계 종사자, 활동가들,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 등 여럿을 만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한 자폐대안보고서에 대해서 부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도 오티즘 엑스포를 통해 있었기에 조금은 신났었다.

오티즘 엑스포 행사장 estas 부스에서 기존 회원들과 신규 회원들이 모임하는 모습. ⓒ이원무오티즘 엑스포 행사장 estas 부스에서 기존 회원들과 신규 회원들이 모임하는 모습. ⓒ이원무

그럼에도 이번 엑스포는 좀 씁쓸한 구석이 많이 남는다. 사실 이번 오티즘 엑스포 행사장이 워낙 시끄러웠기에, 소리와 빛 등의 감각에 예민한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엔 심신이 지치고 멜트다운이 일어날 여지가 높았다. 실제로 한 당사자는 소리를 지르고 괴로워하는 자폐 청소년들을 봤다는 이야기를 필자에게 전했다.

이런 상황이면, ‘심신안정실’이 제대로 돼 그나마 지치고 피곤한 심신을 달래주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반응하는 당사자들이 적지 않았다. 방음벽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소리가 들렸단다. 그렇다면 그런 경우엔 주최 측에서 안대나 썬글라스, 귀마개 등을 당사자들에게 대여해 당사자의 심신안정을 도모하는 등의 대안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없었단다.

그리고, ‘심신안정실’엔 빛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었고, 방 관리자들이 관람객들이나 아동을 통제하는 게 부족했다. 커텐 안에서 쉬는 구조로 된 ‘심신안정실’이기도 해, 사람이 있는지를 식별하도록 커텐에 부직표 같은 식별표가 있었으면 했지만 이런 게 없어 아쉬웠다고 한 당사자는 필자에게 말하기도 했다. 종합해보면 결국 쉼을 위해 필요한 사생활 보장에 미흡했던 ‘심신안정실’이었던 셈이다.

이런 관계로, 자폐 당사자들이 안대, 귀마개 등을 자신 스스로 준비하거나 다른 당사자들에게 빌려주는 일이 적지 않았다. 차후 행사 때는 주최 측에서 안대나 썬글라스, 귀마개를 마련해 ‘심신안정실’ 관리 담당자가 그 방에서 쉬길 원하는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이를 대여하되, 이들이 주민등록증 등의 신분증을 담당자에게 제출했을 때 대여하는 방안을 실행했으면 한다. 또는, ‘심신안정실’에 방음 및 빛 조절 기능 등을 추가하던지 말이다.

더군다나 행사장엔 감각 과민 등으로 인한 행동을 완화하기 위한 도구들이 보이질 않았다. 신약개발로 자폐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들에서 운영하는 부스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스는 행동치료의 일환으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ABA 훈련프로그램을 판매하기도 했다. 심지어 비장애인용이라면 가격이 비싸지 않지만, 발달장애인용이란 말만 붙으면,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지능발달교과서 등의 물품도 있었다는 얘기를 당사자에게서 듣기도 했다.

사실 자폐는 뇌 작동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다양성이기에, 자폐인을 행동치료한다는 건 넌센스인데도, 행동치료 훈련프로그램을 판매한다는 건 뭔가 자폐인이 권리 주체가 아닌 상품의 도구로 전락됨은 물론, 업체 돈벌이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약개발, 비싼 발달장애인용 물품에서도 그런 게 느껴졌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자폐성 장애인 부모님들 가운데는 자녀가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신 분들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오티즘 스쿨에서는 자폐와 언어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그 강연에선 자폐 아동의 강렬한 관심사,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듣는 것, 단어를 상상할 수 있을 때, 언어를 잘 배운다는 것이 강연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7월 12, 13일 양일간 개최된 오티즘 스쿨(Autism School) 시간표 현수막. ⓒ이원무7월 12, 13일 양일간 개최된 오티즘 스쿨(Autism School) 시간표 현수막. ⓒ이원무

하긴 언어만을 의사소통으로 사실상 인정하는 신경전형적 사회니 언어로 소통해야만 이 세상에서 자폐인이 생존할 수 있기에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부모들의 심정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언어 표현이 어려운 자폐인의 경우엔 그런 부모들의 바람으로 인해 자칫 몸짓, 발짓 등 자신의 다양한 표현수단이 부정당하고, 강제적으로 신경전형적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등의 정신적 고문을 경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구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진정한 선호와 의지를 알 수 없어 성년후견, 극단적인 경우엔 시설수용까지 당해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하고 폭력의 대상이 되는 자폐성 장애인이 적지 않은 현실까지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여러 표현수단이 인정되고 존중되는 다양성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다.

오티즘 스쿨에선 자폐와 언어 말고도, 자폐의 유전자 연구, 자폐성 장애인의 특별한 관심과 재능을 활용한 강점 중심의 교육적 지원 방안 등의 제목들로 된 강연들이 있었는데, 강연내용들은 엑스포 종료 후 온라인으로 청취했다. 자폐성 장애인의 교육적 지원 방안의 경우, 강연자는 자폐인의 특별한 재능이 의미가 있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언급했다. 그 가운데는 특별한 재능과 일상 생활의 균형 맞추기, 견뎌야 하는 훈련시간 등이 언급됐다.

재능을 키우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한 건 맞다. 그런데 학교 환경은 장애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군대 문화의 잔재가 섞인 반인권적 문화가 있는 환경이다. 그러니까 자폐 학생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반인권적 문화의 청산 조치는 물론 자폐 학생에 필요한 합리적 변경 등에 관한 구체적 언급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특별한 재능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신경 전형적(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오는 고맥락 문화에서 나오는 눈치 문화 등의 차별적 요소 제거를 위한 방안들이 언급되어야 하는데, 그와 관련된 고민이 잘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폐성 장애인이 잘난 척하고, 적절함이 어려워 따돌림 대상이 된다는 말도 강연내용 중에 있었는데, 그 적절함이라는 게 다양성 존중보다는 신경전형적 기준에서의 ‘적절함’으로 느껴져 조금은 힘든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개인의 사회성과 능력 함양의 관점만이 다분했었던 강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이 사회성, 능력 등을 증진해도, 학교와 직장 내의 차별적 문화와 사회의 장애인 고용 배제 등의 사회적 장벽을 함께 고려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다루지 않는 한 이런 강의엔 다양성 존중이 아닌 신경전형적 관점에 강제로 적응해야만 생존한다는 식의 관점이 담겨 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오티즘 스쿨에서 오티즘 스쿨에서 '자폐의 유전자 연구' 강의 동영상. ⓒ오티즘 엑스포 유투브 동영상 캡처

자폐의 유전자 연구 강연과 관련해선 유전자와 유전변이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자폐 특성이 나타날 수 있고, 최근에는 자폐 관련 동반 질환에 대한 치료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강연자가 했다. 동반 질환과 관련해선 섭식장애, 언어장애 등을 소개했다. 앞으로는 자폐의 다양성을 밝히는 연구들로 유전연구들이 많이 진행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들으면서 동반 질환에 섭식장애, 언어장애 등을 예로 들거나 자폐 증상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통해 강연자에게서 장애를 질환으로 보는 시각이 느껴져 좀 불편했다. 강연자가 의과대학 교수기에 그런 점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론 장애는 고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 다양성이자 정체성임을 생각하면 동반 질환의 예를 든 부분에서 거북한 느낌마저 들었다. 동반 질환 치료에 장애 치료가 들어가는 것으로 읽히니 인권침해와 고문 소지가 다분하단 생각까지 든다.

자폐를 제거할 수 없다고 강연자가 얘기한 부분이 있긴 했으나 그 얘기가 장애를 질환으로 본 강연자의 시각과는 뭔가 모순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이 강연을 통해 자폐성 장애 치료라는 명목으로 유전자 연구를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이 의구심이 거짓이길 바라지만 말이다. 

스탠퍼드 대학 로렌스 펑 교수의 ‘신경다양성: 다양성의 신(New)유형’이란 강연에선 신경다양성은 경쟁력 있는 강점이며, 주변 사람들이 자폐인 강점을 받아들이며 이들의 도전을 이해한다면, 자폐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이 있었다. 강연자는 신경다양인에겐 어려움이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강점 기반 모델에 기반해 신경다양인의 잠재력 최대화를 위해 설계된 스탠퍼드 신경다양성 프로젝트도 잠깐 소개했다.

신경다양인이 강점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아인슈타인, 미국 수영스타 마이클 펠프스 등을 예시로 든 것 등이 있어, 다른 강연에 비해선 그나마 고무적이었다. 그럼에도 신경다양인이 겪는 어려움과 관련한 사회적 장벽과 차별, 그리고 이를 철폐해 신경다양인의 사회통합으로 가려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잘 보이지 않았다. 신경다양인 개인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강한 강연이었다.

스탠퍼드 대학 로렌스 펑 교수의 ‘신경다양성: 다양성의 신(New)유형’이란 강연에서 신경다양성 강점 기반 모델에 대한 PPT내용. ⓒ이원무스탠퍼드 대학 로렌스 펑 교수의 ‘신경다양성: 다양성의 신(New)유형’이란 강연에서 신경다양성 강점 기반 모델에 대한 PPT내용. ⓒ이원무

물론 ‘장애와 건강’, ‘발달장애학생,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당사자가 되다’는 제목들로 된 강의들과 같이 자폐인 차별을 다루는 것도 있긴 했다. 하지만 자폐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사회적 차별 및 장벽에 대한 것보단, 자폐성 장애인 개인의 능력 향상 등 자폐인 개인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한 게 오티즘 스쿨의 강연들에서 많이 느껴졌다.

다시 오티즘 엑스포 전시장 부스 얘기로 돌아가면, 실종 예방을 위해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18세 미만 아동 등은 지문 등 사전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안내 내용이 있는 경찰청 부스를 보게 됐다. 사전등록은 보호자의 신청으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런 것이 없이 사전등록 의무화하는 것이 법으로 명문화된다면, 지문 등이 필요하지 않아 그걸 등록하기 싫은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등에겐 개인정보 등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의무화에 응하지 않을 시 의무를 어겼으니 벌금까지 내야 하는 등 억울한 일까지 겪어야 하지 않겠는가? 경찰청에 장애인 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많이 부재하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이번 오티즘 엑스포는 자폐에 관련된 것은 맞지만, 다양성, 정체성으로 자폐성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이 미흡하고 자폐인이 겪는 어려움을 자폐인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행사였다. 자폐성 장애인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이를 홍보하는데 주력하는 등, 자폐를 상품화하는 경향도 강했다. 자폐인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다. 다시금 말하지만, 자폐인은 업체의 이득을 위한 마중물 역할이요, 권리 객체로 전락하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행사였다고 감히 말하련다.

한 마디로, 이번 오티즘 엑스포는 자폐인이 권리 주체이자 주인공이 아닌 그저 들러리에 불과한 행사였다고 말이다. 그게 이번 오티즘 엑스포에 대한 나의 대답이자 느낌이다. 자폐인들을 진정으로 환대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자폐인이 권리의 주체라는 것을 이해하고 교육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엑스포 행사는 과연 언제쯤 가능해지려나?


출처 : 에이블뉴스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