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미설치로 장애인 차별”···인권위에 진정 무더기 접수
장애인들이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사용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다는 취지의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대거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 1월 말부터 장애인용 키오스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예외 조항’이 너무 광범위한데다, 대체 수단 마련 등의 관련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탓이다.
26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을 종합하면, 지난 1월 말부터 6월30일까지 ‘배리어프리(무장애) 키오스크’ 설치와 관련한 진정 50건이 인권위에 접수됐다.
올 1월부터 공공·민간 사업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하려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해야 한다. 50㎡ 미만 소규모 매장이나 소상공인기본법에서 정한 소상공인 매장 등은 설치 의무가 없다. 대신 ‘보조인력 배치 및 호출벨 설치’, ‘이어잭 등 보조기기 구비’ 등 대체 수단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인권위에는 이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진정이 쇄도하는 중이다. 경향신문이 지난 24일 키오스크가 설치된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카페·음식점 12곳을 방문한 결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 설치 대상 매장 4곳 중 실제 설치가 된 곳은 2곳뿐이었다. 예외 대상 매장 8곳의 경우 법에서 규정한 대체 수단을 마련한 곳은 1곳뿐이었다.
이날 만난 소상공인과 매장 직원들 대부분은 관련 규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설치 의무대상인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나 장애인 응대 관련 교육을 들어본 적없다”고 말했다. 대체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인 한 분식점 관계자도 “장애인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정책 관련)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 시작부터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광범위하게 둔 탓에 장애인 접근성이 되레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대표는 “최근 방문한 사무실 근처 카페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안돼 있고 호출벨도 없어서 직접 직원을 불렀지만 (비장애인용) 키오스크 앞에서 직원을 20여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장추련은 지난 1월 “시행령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서미화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이후 2년 넘는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제대로 된 대책 대신 예외를 택해 장애인 접근권을 후퇴시켰다”며 “2024년 대법원이 장애인의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확인한 만큼, 예외를 두는 게 아니라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접수된 진정들을 조사한 후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차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호출벨 등 대체 수단을 통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미설치와 대체 수단 미비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겪는 불편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현재 관계 부처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제작 업체 등 연관 단체들과 간담회 등을 하며 정책을 홍보하고 안내하고 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이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확산과 홍보, 보급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