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지만 공은 차고 싶어···모든 게 쉽지 않지만 괜찮아, ‘용기’가 있잖아
전국 첫 여성 발달장애인 풋살팀 ‘용기FC’
규칙 숙지부터 선수 친화까지 오래걸렸지만
반복된 훈련으로 성과···11월 첫 대회 앞둬
“오른쪽으로 갔다가 다시 왼쪽으로. 슛!”
지난 14일 오후 찾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풋살장. 노란 유니폼을 맞춰 입은 풋살팀 ‘용기FC’ 선수들이 폴대 사이를 지그재그로 빠져나갔다. 드리블을 이어가던 한 선수는 골대에 다다르자 힘찬 슈팅을 날렸고 그대로 골인에 성공했다.
몸풀기를 마친 선수들은 휴식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연습경기에 나섰다. 중앙선에 있던 선수들은 휘슬소리에 맞춰 곧바로 손을 번쩍 든 동료에게 패스했다. 수비수를 제치고 골문 앞까지 1대 1 대치상황까지 이어간 끝에 슈팅으로 이어졌다. 공이 골망을 흔들자 경기장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기 도중 한 선수가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동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괜찮아” “할 수 있어”를 외쳤고, 넘어진 선수는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경기에 임했다. 선수들은 숨을 고르는 짧은 휴식 시간에도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응원했다.
이날 2시간가량의 훈련을 마친 용기FC는 전국 최초의 여성 발달장애인 풋살팀이다. 선수들은 매주 화요일 연습한다. 최근에는 한여름 무더위를 고려해 20분간 뛰고 5분씩 쉬는 방식으로 훈련하고 있다. 선수들은 드리블과 패스, 슈팅을 반복하며 풋살 경기 규칙과 팀플레이를 하나씩 익히고 있다.
훈련은 사실 쉽지 않았다. 선수들은 서로 가까워지는 데만 2주~3주가 걸렸다. 경기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공을 잡으면 앞만 보고 뛰거나, 자기 팀 골대와 상대 골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패스보다는 직접 골을 넣으려는 경우도 많았다.
반복된 훈련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었다. 이제는 빈 공간을 찾아 동료에게 공을 내주고, 상대 수비를 피해 드리블을 이어간다. 태클에 넘어져도 금세 일어나 다시 공을 쫓는다. 중간중간 이어지는 “좋아” “다시” “할 수 있어”라는 말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팀 문화가 됐다.
용기FC는 2024년 용인시 양성평등기금 지원사업을 통해 창단했다. 장애인들의 스포츠 참여 기회가 적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장애인의 경우에는 더욱 기회가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창단 이후에는 비장애인 여성 축구동호회와 함께하는 통합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축구라는 하나의 스포츠를 통해 선수들은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뛰고 있다.
올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첫 발달장애여성 풋살 대회가 열린다. 용기 FC를 비롯한 용인 3개 팀, 인천 2개 팀, 평택 1개 팀 등 모두 60여명 선수가 참여한다. 선수들은 오는 11월 열리는 첫 대회를 목표로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용기FC 주장 겸 맏언니인 최은경씨(47)는 “항상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막상 뛰려니 기회가 없었다”며 “이렇게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 다가오는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미미 용인시기흥장애인복지관 사회통합지원팀 선임대리는 “여성 발달장애인은 스포츠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며 “운동을 함께하고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리는 “앞으로는 다른 지역 선수들과 교류하고 비장애인 팀과 함께하는 통합 스포츠 프로그램도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