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 공연현장. ©박지주

투어스 공연현장. ©박지주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공연장에 찾아오는 관객은 어떤 자리에 앉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모두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공연 경험은 러닝타임만이 아니에요. 예매하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다 포함돼 있어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POP 공연에서도 장애인 관객의 관람 환경은 공연장과 주최 측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휠체어석 운영 방식과 관람권 보장을 둘러싼 차이가 반복되면서 공연 접근성의 불균형 문제가 다시 지적되고 있는 것.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26일 K-POP 공연 현장의 장애인 접근성 실태와 개선 과제를 분석한 ‘장애인정책리포트 제468호 - 같은 함성, 다른 장벽: 모두의 응원봉이 빛나는 콘서트를 향하여’를 발간했다.

이번 리포트는 고척스카이돔, KSPO돔 등 주요 공연장의 휠체어석 운영 실태와 SM·JYP·YG·하이브 등 주요 기획사의 접근성 지원 현황을 비교 분석했다. 또한 장애 당사자 팬과 접근성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예매부터 귀가까지 공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장벽을 확인했다.

‘설치’는 있지만 ‘운영’은 제각각, 반복되는 관람권 격차

현행 법령은 공연장 내 휠체어석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공연마다 크게 달랐다. 좌석 규모, 위치, 예매 방식, 현장 안내 수준이 일관되지 않아 장애인 관객의 경험도 공연별로 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

특히 일부 공연에서는 5000석 규모 공연장에 휠체어석이 8석만 운영된 사례도 확인됐다. 또한 사전 안내와 다른 현장 대응으로 혼란을 겪는 등 운영 기준이 사실상 주최 측 자율에 맡겨진 현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연장 시설 설치 의무를 넘어 실제 운영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연 문화를 즐기는 장애당사자 명예이비잔 씨는 “2023년 고척돔에서 열린 아이돌 공연에 간 적이 있는데 장애인주차시설이 공연장 내 마련돼 있고 사전에 안내된 접근성 관련 영상에도 특졍 주차구역에 장애인 차량은 주차 가능하다고 안내됐지만, 막상 차량을 갖고 갔더니 경호원들이 무조건 주차 불가라고 했다”면서 “소통은 없고 책임만 전가하는 태도로 공연에 대한 불쾌감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꼬집었다.

18년차 케이팝 팬인 위유진 씨는 “일상생활 대부분 활동지원이 필요한데,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솔로 콘서트에 가기 위해 기획사에 동반인 예매 부분을 문의했더니, 처음부터 무조건 안된다고 했다. 현장 스태프가 도와드린다고 쉽게 말하길래 ‘그럼 화장실 가는 것도 지원해 주실 수 있냐’고 되물었더니 당황하더라”면서 “결국 동반인석을 예매할 수 있게 됐고 이후 해당 아이돌 모든 공연에 동반인석 예매 부분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케이팝을 즐기는 박지주 씨도 “딸과 함께 아이돌 팬미팅을 보러 전화 예매를 하니 ‘안전상의 이유로 8석만 판매됐으며 매진 상태’라는 답변을 받았다. 5000석 규모 공연장에서 말이다. 결국 공연 당일 현장 매표소에 찾아가 상황을 설명해 발권 후 들어갔더니 매진이라는 좌석이 4석이나 비어있었다”면서 “휠체어석 앞에는 전선이 보호 장치도 없이 널브러져 있고 불투명 아크릴판이 설치돼 시야를 막았다”고 전했다.

휠체어 좌석 앞 가로막는 아크릴은 높고 헐거워 장애인 관람을 심각히 방해했다. 다른 곳은 그냥 철제 난간이다. 키가 작은 장애인은 구멍으로 관람해야 한다. 실제 나도 그렇게 관람했다. 아크릴의 불투명한 가림이 현장을 가렸다. ©박지주

휠체어 좌석 앞 가로막는 아크릴은 높고 헐거워 장애인 관람을 심각히 방해했다. 다른 곳은 그냥 철제 난간이다. 키가 작은 장애인은 구멍으로 관람해야 한다. 실제 나도 그렇게 관람했다. 아크릴의 불투명한 가림이 현장을 가렸다. ©박지주

접근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

최근 일부 기획사를 중심으로 공연 접근성 개선을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는 접근성 관련해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와 협업해서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연의 제작부터 퇴장까지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고 있고, JYP엔터테인먼트는 일회성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청취보조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는 일부 공연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현장 수어 통역을 도입하며 관람 장벽을 낮추기 위한 시도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도들은 각 기획사별로 안내가 산발적이고, 특정 공연이나 일부 장애 유형에만 국한되어 모든 장애 유형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연 기획·예매·운영·현장대응 등 전 과정에서 장애 당사자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공연 접근성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과정’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모두의 응원봉이 빛나기 위해’ 개선 방향은?

공연 접근성은 사후 민원 대응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전 과정에 반영돼야 하는 요소로, 장애인 관객의 관람 선택권 보장과 지속적인 개선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한국장총은 ▲휠체어석 운영 여부 관리·감독 체계 강화 및 법제화 ▲예매 및 관람 접근성 개선 ▲현장 대응 체계 구축 ▲경제적 장벽 완화 등을 주요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한국장총은 “콘서트 경험은 예매부터 귀가까지 전 과정”이라며 “공연 접근성은 결과가 아니라 공연을 구성하는 과정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K-POP이 가진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가 공연 현장에서도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K-배리어프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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