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동료지원인 훈련기관…지자체 실수로 당사자단체 접수 누락
지자체가 신청서 모아 복지부로 보내는데, 서울시가 신청서 누락
동료지원인협회 “구제절차 마련하고 절차 통보 명문화해야”
당사자가 동료 지원하는 사업인데, 훈련기관에 의료기관 다수 포함
보건복지부가 정신장애인의 동료지원인 양성을 위한 훈련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광역지자체 잘못으로 당사자 단체의 접수가 누락돼 심사조차 받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동료지원인 사업은 정신장애인이 병원에 수용되거나 집에서 고립되는 게 아니라 다른 당사자의 정서적 지지, 자기결정권 인식 및 권리의식 고양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2024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동료지원인 정의와 정부의 양성 책무가 명시됐고, 2025년 시행규칙이 제정되며 본격적인 제도화를 시작했다. 이에 정부가 법 이행을 위해 동료지원인 교육을 전담하고 관련 자료를 개발하는 훈련기관 선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9일 한국동료지원인협회는 “광역지자체의 행정 누락으로 인해 일부 기관이 (동료지원인 훈련기관의) 심사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한 사례가 확인 및 제보되고 있다”고 밝히며 “복지부가 피해기관에 대한 구제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3월 30일 공고한 바에 따르면, 훈련기관에 참여하고자 하는 단체나 기관들은 각 광역지자체에 신청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각 광역지자체가 이를 수합해 복지부에 전달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탈락한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아예 서류 전달 안돼
누락된 단체는 서울에 위치한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센터는 정부의 교육기관 선정 이전부터 동료지원인을 교육하고 양성해 왔다.
누락 사실은 센터가 복지부에 확인 전화를 건 뒤에야 알 수 있었다. 한국동료지원인협회에 따르면 센터는 미선정 확인을 위해 복지부에 전화를 걸었는데, 복지부는 서울시로부터 센터의 서류를 아예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시 담당자는 11일 비마이너와 통화에서 실수를 인정하며 “복지부에 어제 추가로 서류를 전달하고 검토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복지부가 이를 검토해 훈련기관 추가 지정에 나설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위은솔 한국동료지원인협회 서울지회장은 “국내 최초의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인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누락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장 활동을 하고 있는 20여 명의 동료지원인과 올해 양성된 10명의 동료지원인이 그 피해를 받을 것이며 현재도 매우 불안해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동료지원인협회는 “광역지자체의 귀책으로, 접수하였으나 심사에서 제외된 기관들에 대해 구제절차를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접수 확인 절차, 제출 결과 통보 절차, 누락 발생 시 구제절차를 명문화하라”고 주장했다.
당사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당사자 지원하는 사업인데…
한편, 한국동료지원인협회는 동료지원인 훈련기관으로 병원 등 사업 취지에 위배되는 기관들도 대거 참여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지난 5월 19일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7개의 정신의료 및 재활시설이 훈련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동료지원인 훈련기관으로 선정된 23개의 기관 중 당사자 단체는 5곳에 불과하다. 동료지원인은 다른 정신장애인 동료의 병원 수용이나 고립을 막고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러한 취지와 다르게 의료기관이 동료지원인을 훈련하는 기관으로 선정된 셈이다.
이에 이한결 한국동료지원인협회 준비위원장은 “법적으로 당사자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라고 되어 있고, 의료기관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지만 복지부가 수용하지 않았다”며 “이는 WHO(세계보건기구)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도 명시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의료기관은 강제 입원이 이뤄지고 통제하는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데 상호성과 당사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트레이닝하고 실천방식을 알려줘야 하는 동료지원 훈련을 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또한 “이미 당사자 단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인데, 키울 생각을 해야지 의료기관에 열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른 유형 장애인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사례는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