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애인 버스 탑승 시위’에 유죄 확정…전장연 “현행법이 기본권 투쟁까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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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장애인 버스 탑승 시위’에 유죄 확정…전장연 “현행법이 기본권 투쟁까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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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열린 출근길 승강장 다이인(die-in)행동에 참가해 바닥에 누워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도 버스를 탈 수 있게 하라며 시위를 벌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형유예 원심을 확정받았다. 박 대표 등 전장연 활동가들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몸을 던져 기어가는 포체투지 투쟁을 지금도 매일같이 이어가고 있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장애인 이동권 싸움은 ‘불법’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 대한 상고를 지난달 27일 기각했다. 박 대표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버스를 막아선 지 약 4년 만이다.

박 대표는 2021년 4월8일 오후 6시40분경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휠체어 탑승을 거부한 시내버스를 막아섰다. 박 대표는 버스 출입문과 자신의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었고, 20여명의 전장연 활동가들도 시위에 동참해 약 20분가량 버스가 움직이지 못했다.

1심과 2심 모두 버스 운행 방해 행위가 옥외집회에 해당하고, 사전 신고하지 않은 것은 유죄라며 박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행 집시법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기 전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버스정류장은 다수 시민이 왕래하는 곳이고, 시점도 평일 퇴근 시간으로 교통량이 많은 때였고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예방할 필요성이 있는 방식으로 집회가 진행됐다”며 사전 신고가 없었던 점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또 시위 때문에 버스 운행이 중단되고 다수 승객이 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며 업무방해도 발생했다고 했다.

이처럼 집회와 시위를 좁게 해석하는 현행법에 대해 전장연 측은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집회를 열려면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6조1항), 그 의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하는(22조2항) 집시법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대표를 대리하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두나 변호사는 “집회 성격은 노동쟁의에서 파업과 비슷하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위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집회 성격에 따라 재판부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모든 미신고 집회를 강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하는 현행 집시법이 기본권 투쟁까지 압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저상버스의 전국 평균 보급률은 38.9%에 불과하다. 이에 기본적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며 벌인 시위인데 재판부가 단순히 집시법 위반 사안으로 보고 판단한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 집시법 처벌 대상은 단순히 ‘옥외집회’라고만 되어 있어 어떤 집회든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게 되어 있다”며 “법에 규정된 집회·시위에 소규모·단시간의 집회 등 여러 종류의 집회를 포함시키고 법의 적용도 다양하게 해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와 전장연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주장하는 출퇴근길 시위를 여전히 이어가면서 관련 소송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검찰은 박 대표가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 사이에 지하철을 타고 시위하거나 도로 행진 중 멈춰서 시위했던 40건을 모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들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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