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의 눈이 되겠습니다”…상의에 꽂힌 이 물건 정체는?
상의에 착용한 채 전원을 켜면 전방에서 펼쳐지는 각종 상황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시각 장애인 보조용 기기가 개발됐다. 전자 기술을 이용해 시각 장애인의 눈을 대신하는 장비다. 보행 중 장애물을 피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식재료를 골라 장을 보거나 식당에서 메뉴판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홍콩 기업 비디 랩스는 최근 시각 장애인용 전방 식별 장치인 ‘시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시크는 다음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혁신상’ 수상 제품으로 선정됐다.
시크는 스마트폰 절반 크기다. 전면에 카메라가 달렸고, 내부에는 인공지능(AI)이 들어갔다.
비디 랩스에 따르면 시각 장애인이 시크를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상의에 앞을 향하도록 시크를 장착한 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된다.
그러다 전방 모습이 궁금해지면 시크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시크는 전방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나 상황을 음성으로 상세히 설명해 준다. “12시 방향 벤치에 두 사람이 앉아 있다”와 같은 안내를 시각 장애인에게 들려준다. 보행 방향에 계단이 놓여 있다면 이 또한 음성으로 알려준다.
시크를 사용하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손으로 신중하게 만지지 않아도 시크만 작동시키면 음성 안내를 통해 사과인지 아보카도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포장지에 적힌 글씨도 읽어주기 때문에 각종 가공식품을 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식당 메뉴판과 거리의 표지판도 음성으로 알려 준다.
현재 시각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외출하려면 안내견을 동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안내견은 양성에 약 1억원이 들어간다. 훈련에 수십개월이 걸린다. 시각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 안내견을 육성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안내견은 특정 글자를 읽어줄 수 없다.
시크에는 전방 식별을 위한 첨단 기능이 탑재된데다 대량 생산을 통해 소비자인 시각 장애인이 원하는 만큼 공급할 수 있다. 시크가 시각 장애인이 평소 겪는 불편함을 경감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비디 랩스는 “이 제품은 시각 장애인은 물론 노인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크 가격은 6000홍콩달러(약 108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