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 절실”
사회 무관심 속 ‘고군분투’ 특수 체육 전공 교사들의 작은 희망
발달장애·자폐증 겪는 학생들은 자기 주도로 뭔가를 하기 힘들어 비장애학생이 도와주면 큰 효과
오랜 시간 끈기·사명감으로 노력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 보며 뿌듯
“발달장애·자폐증 학생이 비장애학생과 함께할 수 있는 체육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특수교육과에서 체육을 전공한 특수교사들의 바람이다. 김성광 특수교사(연천 전곡중), 성태훈 특수교사(이천 다원학교)는 최근 경기 이천장애인선수촌에서 ‘장애학생 통합체육지도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특수체육을 전공하지 않은 교사들에게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하는 체육 콘텐츠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 학생에 맞춘 개별화 교육
발달장애 학생은 학년에 상관없이 같은 학급에 배정된다. 특수교사는 사범대 또는 대학원에서 특수교육과, 특수체육교육과를 나와야 한다. 교원 자격증은 ‘특수교사’로 발부되며 전공은 별도로 명기된다. 김 교사, 성 교사는 특수교사(체육 전공)다. 김 교사는 “학생들 인지능력, 지적 수준이 상이해 연초 부모, 학생, 교사가 함께 학생에 맞춰 개별화 교육계획을 짠다”며 “일반교사는 교안을 1개 만들지만 우리는 학생에 맞춰 여러 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사는 “국어, 수학, 사회, 진로도 함께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중등은 학생 6명당 교사 1명이, 고등은 4명 이상이면 2명이 배정돼야 한다.
■ 함께 뛰어야 하는 수업
성 교사는 “발달장애, 자폐성 학생은 자기 주도로 뭔가를 하기 힘들다”며 “신체활동도 누군가 만들고 함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관 확보부터 어렵다”며 “장애가 심한 학생은 1명씩 보조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이 많이 든다”고 했다.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함께 체육수업을 받기도 한다. 성 교사는 “신체능력이 떨어지거나 운동에 관심이 적은 비장애학생에 맞춰 수업 콘텐츠를 만들면 장애학생, 비장애학생이 함께 재미있게 체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장애가 덜한 학생, 비장애학생이 장애학생 신체활동을 돕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장애인 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증가하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 무관심, 과도한 요구, 억울한 오해
경제력이 약하거나 학생의 심한 장애로 지친 부모는 교육에 무관심한 편이다. 준비물 지참도 안 되는 데다, 심지어 씻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도 있어 목욕을 시키고 빨래도 한다. 성 교사는 “사회화 교육을 받은 학생이 집에서 화를 내는 등 제어가 안 되면 부모가 교육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 교사는 “자해하려는 학생의 손목을 잡고 제어하다보면 상처, 멍이 생기는 수도 있다”며 “계속 설명해도 민원을 제기하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성 교사는 “일반적으로 특수교사 중 20% 정도가 여성”이라며 “여성 교사들은 성희롱, 성추행에도 아이들을 위해 꾹 참고 일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열심히 일하는 특수교사들은 다재다능하며 재미있는 교사로 인정받는다. 성 교사는 “특수교사들은 ‘특수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며 “특수교사라는 것과 함께 ‘유별나고 극성맞다’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표현”이라고 말했다.
■ “느려도 변한다”
김 교사는 “버스 타기, 음식 사 먹기, 거스름돈 받기 등 일상생활 속 평범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특수교육의 목표”라며 “이를 잘해내면서 기뻐하는 학생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오랜 시간 끈기와 사명감을 갖고 노력하면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학생이 학교에 오는 걸 좋아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슬픔은 장애학생이 숨지는 일이다. 성 교사는 “근이영양증이 있던 학생이 사망한 게 충격적이었다”며 “죽음이 임박한 걸 느끼고 관계를 끊으려는 학생을 보는 것도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